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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되니 새삼 힘든 것들.

you_may_dream 2017. 10. 2. 00:17

임신을 하면 뭐가 힘든가...사실 전에는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살이 계속 찌고 그러저러하겠지...막연히 생각 했다...그래서 더 몰랐다..

친구들도 그들의 어려움을 딱히 공유해주지 않았다...

입덧때문에 힘들다...라고 해도 종일 토하느라 힘들다는걸 말로만 들어 알았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달까?

아무튼...



그런데 사소한거 하나하나 답답한것들이 생긴다...



1. 입덧..

주위사람들이 보기에,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도 나는 심각하게 입덧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김모 친구는 종일 토하고있다는 증언을 하였으므로...)

남들의 눈에 띄는 이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나에게도 입덧이 있었다...

어느날 산부인과의 임신 관련 책자에 '입덧(morning sickness)'라고 적혀있는걸 보고

이 똑똑한 양놈들..단어도 잘 지었구나 했다...

정말..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이라 그런가...힘들었다...


양치를 하다가 위액을 토했다...

술을 먹고 위액을 토했다는 얘기를 들어는 봤어도...

빈속에 아침부터 양치를 하다가 위액을 토하는 일을 몇차례 겪으니 양치질 자체가 두려워 졌다.

노란색 위액이 흰 세면대에 떨어지는걸 보니 당황스러워 눈물이 났다..

3번쯤 그런일을 겪으니 양치질 대신 껌을 씹기로 했다..

그러다가 소금으로 양치를 해보고나서 다시 양치질을 시작했다..


어느날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 만들었던 짜장이 먹고싶어졌다..

그래서 양치도 하지 않고 앉아서 밥부터 먹었다..

그날은 놀랍게도 양치질도 멀쩡히 할 수 있었고...출근길도 견딜만 했다...


그렇다...

나는 아침 공복이 너무 힘든 먹덧(먹는 입덧) 임산부 였다...

즉, 꼬박꼬박 뭘 먹어주기만 하면...견딜만 했다...

이 사실을 알게된 것만으로도..굉장히 위안이 되었다..

토할것 같은 느낌이 들때는 뭐라도 먹어주면 극복이 되었다..


그렇지만, 입덧이 심한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먹는 것으로 입덧을 누를 수 있는 나에게도 그 시기가 있었다..

12시가 다되어 자려고 누웠는데 밤 10시쯤 먹었던 냉면을 몽땅 그대로 토했다던가,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이유도 없이 먹었던 것을 토했다던가...

이 두가지는 둘다 배도 불렀고...

아침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패턴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놀랬고...

그렇지만 놀라는거 말고는 딱히 답도 없었던...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입덧의 피크였구나 싶다...



물론 하루종일 변기를 끼고 있었다는 내 친구에 비하면야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게도 일생에 처음 겪는 일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먹었던 것을 토하는 일이...

일생에 딱 두번밖에 없었다...

(한번은 진짜 못이길 정도로 술을 마셔서 였고, 또한번은 너무 무식하게 많이 먹어서였다...) 


아무튼...

드라마에서는 잠깐...

임신 확인용 으로나 잠깐 나오는 입덧이..현실에서는 그렇게 짧지 않다는게..

그게 문제다...

8주정도는 계속 지속되었던 것 같다..




2. 변비

임신한 여성이 겪는 가장 힘든 문제는 변비가 아닐까...

난 단호하게 변비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아...

일주일에 2번 이면 정말 양반이다...

앞서 말한것처럼 나는 먹는 입덧이었다..

많이 먹게 되었다...땡길때마다...

그런데 배출이...원활하지 않았다..

속이 꿉꿉했다...

그러다 가끔 설사를 하기도 했는데...

이 악순환이...내내 지속된다...

유산균약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물을 많이 먹어보았지만...글쎄...

그러다가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푸룬주스를 마셔보았다..


이야...

다음날 쾌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늘 100%는 아니라는거-

이 꿉꿉함은 임신중에 내내 가져가야 하는 것인듯 하다.. 



3. 소변의 문제..

나에게는 사실 이것도 내내 심각한 문제다..

방금 소변보고 나왔는데...또!!! 또!! 아니 설마 또!!! 가고싶어진다...

양도 많지 않은데..

계속해서 가고 싶다...

어떤날은 한시간에 10번도 갔다...

깨어있는 시간은 귀찮지만...그래도 가야한다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 가고싶은 일이 너무 잦아지면...

아 그날은 자도 잔게 아니다...

임신 초기에...(이때 예민해져서 더 그렇다고 한다)

아 정말 자다가 3-4번씩 깼다...

목요일쯤 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져서..

평소보다 늦잠을 잤다..

4개월이 넘으면서부터는 자다가 화장실에 가는 일은 덜해졌지만..

깨어있는 시간에 몇 배 더 예민한 날도 생겼다...

지금도 너무 자주 가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귀찮다가도 가는게 속편하니까 그냥 일어나서 간다...

임신 후반기에는 아기가 커져서 더 자주 가게 된다는데...

하아..생각만해도 힘들다...



4. 허리 통증

현재 25주 4일차인 나는 임신전에 비해 10kg이 쪘다


그렇다...나는 먹덧이라...충분히 먹었다...

결혼전에 생긴 족저근막염이 여전하여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도 못하고 있고..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것들은 몇번 시도해 봤는데..

우선 지루하고, 동작을 보면서 따라하다보니까 제대로 구현이 안되어서 쉽게 포기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나의 운동을 제대로 못하는 핑계이고...


급격한 체중증가로 인해...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생겼다...

허리가 늘어난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통증이 생긴다고 하는데..

문제는 자려고 누워도, 또 자고있는 중에도 이게 계속 아프다는 거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그래서 자다가 종종 깬다...

자야하는데 통증 때문에 잠들지 못한 적도 많다..

2008년에 교통사고가 났었는데..그때 아팠던 곳이 그대로 아프다..

허리와 다리...

남편이 두드리고 주물러 주면 조금 괜찮은거 같다가도..그때 뿐이다..

너무 아픈데 다른 경험자들의 이야기로는 점점 더 심해진다고 하고...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하니...

허리가 아플 때마다 짜증이 난다..



5. 수면 부족..

임신을 하면 평소보다 잠이 는다고 한다..

그런데 앞서 여러가지 열거한 것처럼 수면의 장애요소가 하나 둘 늘어간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잠이 깨는 것..

변비로 인해 속이 더부룩해서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은 것..

허리가 아파서 잠 못 이루는 것..

그리고 최근 들어 생긴 귀엽고 반가운 태동으로 인해 눈을 뜨는 것...


평소보다 더 졸린데 충분한 수면을 방해 받는 요소는 늘어만 간다..

어제는 시가에서 갔다가...

잠시 누워만 있겠다는게..두시간이나 잠이 들었다..

푹 자고 싶다...


가끔 꿀잠자는 남편이 얄미울 때도 있다..


 

6. 못 먹는 것과 못 하는 것

요즘 허리가 너무 자주 아프다보니, 파스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파스는 붙일 수 없다...

임산부는 파스를 쓸수가 없다...물파스도 물론 안된다...

배가 싸할때는 핫팩을 붙이고 싶지만...

안된다...아기가 화상입을 수 있다..

역시 같은 이유로 목욕탕에서 몸을 뜨거운 물에 담글 수 없다..

뜨끈한 전기 장판에 몸을 지지고 싶지만...그럴 수 없다..

괜히 전자파마저 무서워 진다..


초기에는 먹으면 안되는 것들을 열심히 찾았다..

팥, 파인애플(파인애플은 동남아에서는 유산하기 위해 먹는 과일이라는 말이 있다)

생강차(생강은 몸에 열이 나게 하기 때문에 먹으면 아기에게 안좋다고 한다...)

참치, 연어(수은때문에..)

중금속 때문에..캔에 들어있는건 다 먹을 수 없다..


회와 스시도 못먹었는데...

일본에서 살다 온 회사 직원분이 일본에서는 임산부에게 스시를 먹지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참치 정도만 주의를 준다고 한 다음에...

걍 맘편히 초밥도 사먹고...

자주 안먹으면 되겠지 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아쉬운거는 역시 술을 못 마신다는 것!

술냄새가 나는데도 예민해진다..

양꼬치를 먹을때도 먹을 수 없다..맥주...칭따오!!!!

제주도에서도 한라산 한잔 할 수 없었다...

하아........

집에 쌓아둔 술은 남편이 다 먹어치웠다...


우리를 낳고 난 뒤에도...한동안은...먹는 것에 주의 해야 한다...술은 당연히 먹을 수 없다...

막걸리 한잔 하면서 기분내고 싶네 진짜...



7. 출근길..

집에서 회사까지..동네 지하철 역에서 회사앞 지하철 역까지

지하철로만 30분이 걸린다..

임신전에는 서서도 잘 갔는데..

지금은 그렇게 가는 날은 너무 힘들다...

초기(8주정도 였었듯) 어느날 아침...

출근을 하는데 자리도 없고...그날따라 사람도 많았다..

결국 나는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내렸다...

내려서 앉아있는데 괜히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아침으로 먹으려고 산 바나나와 우유를 꺼내어 먹었다..

차가운 우유와 바나나를 넘기며 조금 진정하고..

10분쯤 지나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처음 임신을 병원에서 확인하고...보건소에서 임산부 뱃지를 받았을때는..

그것만 있으면 지하철에서 늘 앉을 수 있으려나 했다..

임산부 배려석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냥 나의 환상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아침 출근길에 잠들어 있거나,

본인들도 힘들어서 외면했다..

보고도 무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지하철 밖에서 노약자석에 자리가 있나를 살피고, 있을때만 지하철을 탄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앉아서 출근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서서 출근하면 몸이 너무 힘들다...

단지 30분인데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안된다...

그게..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심리적으로도 30분이 너무 힘들다..

게다가...잠이 부족해서...아침에 기분이 상쾌하기 쉽지 않다...


가끔 운좋으면 양보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을 때다...

보고도 무시하는 사람이 더 많은게 임산부 뱃지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임산부에게는 자리가 없다면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가라고 권장하고 싶다..

양보를 당연하게 기대했다가는...몸도 마음도 힘들어 질 수 있다...

내가 그랬듯이...